#1. 백그라운드 스토리
이 집에 이사왔을 때 이 집은 정말 공사판이었다.
욕실은 타일 깨는 작업도 덜 된채로 무작정 이사부터 들어왔다.
원래 살던 아파트에서 이사 나가기 전까지 시간은 있었지만
주말에만 깨작깨작 해서는 공사가 한참 더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하에 욕실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었고
부엌공사는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침실만 대충 완성하고 나니
어찌저찌 살림은 가능했다…
근데 왠지 남의집에서 노숙하는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욕실, 화장실, 거실, 각종 조명 등
거의 1년에 걸쳐 지금의 아늑한 집을 완성해왔다.
그런데 가장 마지막으로 남겨진 숙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 서재였다.
사실 내 서재가 필요한 지 조차 고민 안해봤고
남자친구 서재에 필요한 책은 다 수납이 돼서
이 방은 그냥 남는 방 1에 불과했다.
(워낙 집이 커서 남는 방이 많다…)
회계 수업을 듣고, 세무사 취직을 하고, 노무 수업까지 듣게 되면서
거실과 주방, 남자친구 서재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했다.
근데 노트와 두꺼운 책, 노트북과 충전기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방저방 돌아다니는게 왠지 서러워졌다.
남자친구가 자기 공부해야 한다고 서재에 앉아있는 날엔
거실에서 이것저것 펼쳐놓고 공부를 하는데
그러다 손님이 오면 다시 싹 치우고
가면 다시 싹 펼치고… 에효효
그래서 이 남는 방 1을 완전 내 스타일로 메이크오버 하기로 결정했다!
난 워낙 좀 미적 감각이 없고, 철저한 계획세우는 걸 어려워하는 타입이라
AI (무료모델)와 무료 인테리어앱을 적극 활용했다.
#2. 비포
우선 비포사진이다.
이 방에서 남자친구의 삼촌이 돌아가셨는데
아마 그래서 조금 더 미루게 됐던 것 같다.
미루는 동안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들여놓고 문은 꽝 닫은 채로 살았다.


#3. 메이크오버 과정
난 정말 내 서재의 필요성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방을 원하는 지를 결정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였다.
그래서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방의 치수를 재고
인테리어 앱에 등록해서 이리저리 꾸며보는 것이었다.
이때 난 Home Planer라는 앱을 사용했다.
앱 자체는 무료지만
난 집 전체를 인테리어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6개월 구독권을 결제해서 사용했다.
근데 그 가격값을 했다! 특히 색 변경기능, 인공지능 기능 등이 가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이 앱에는 기성제품들이 등록돼있고
이케아 제품은 종류별로 다 들어있기 때문에
이 방이 진짜 내방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위 완성본은 내가 얼추 완성한 인테리어에 제미나이를 끼얹은 것이다)
제미나이로는 앱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식물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등을 구했다.
나노 바나나는 퀄리티는 좀 부족하지만 빠르고 무료이기 때문에 브레인스토밍에 아주 유용하다.
반면 챗지피티는 시간은 훨씬 더 걸리지만 더 예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강한 것 같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딸깍 하는 것과 실제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르다.
시간도 없고 다른 신경쓸 것도 많은데
나에겐 도파민과 명확한 목표가 필요했다.
그것을 제시한 것이 바로 제미나이다.
난 일단 이 지저분한 방을 치우고 페인트를 칠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깔-끔.
그래 이 방이 이렇게 된다면야 못할 게 뭐있나!
으라차차 힘이 솟아서 방을 싹 치워버렸다.
다음날 바로 같은 색의 페인트도 사와서 싹 칠해버렸다.
페인트는 파워 P인 내가 아주 갑작스럽게 진행한 일이라 사진도 안찍어뒀다.. ㅋㅋㅋ
어디 약속 가기 전 두시간인가 남겨놓고 페인트질을 시작했던 기억이…하핫
페인트는 두세번 발라야 해서 바르는 게 오래걸리지만
벽지보다 이리저리 바꾸기도 쉽고 못박기도 마음 편해서 좋다. (구멍나면 그냥 퍼티로 쓰윽)
이후 앱에서 실제로 사용한 책상과 벽걸이, 조명, 그리고 주변 상점에서 싸게 산 카펫을 깔았다.
근데 사실 이때 좀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고 이제 뭘 더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구상했던 대로 벽에 책상을 붙이려고 했는데
이 햇살 좋은 방에서 벽보고 공부하는 건 싫었다.
그래서 책상을 중간에 옮기고 보니 그냥 휑- 그자체였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마법:
제미나이! 구해줘!!

제미나이는 귀차니즘인 나를 위해 일단 방을 좀 치워줬고
여러 색감 조합을 보여줬으며
추천 가구를 들여놔주었다. 쫌 볼만하다.
근데 저 뒤에 티비장 같은 선반이 영 거슬리고 활용도도 크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구상만 한 채로 또 몇달이 흘렀다.
그동안 또 계속 핀터레스트 찾아보고 가구 찾아보고 그랬다.
그러면서 인테리어앱에서 찾은 게 이런 대형 책장이었다.


검은색도 나름 시크하고 멋있다…
근데 난 시크한 사람이 아니기에
이케아에서 연갈색 책장을 샀다.
보니까 연민트색 벽이랑 이 연갈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책장을 사두고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조립했다.
이때가 밤 열두시… 다음날 출근해야하는데
유튜브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명상하듯 조립해나갔다.
그러다보니 실수도 많아서 다시 풀고 조립한다고 시간이 배로 걸린 것 같다.
근데 이거 설명서가 너무 어렵게 돼있어!!
그렇게 4시간인가 자고 다음날 출근해서 엄청 피곤했지만
드디어 내 방이 거의 완성됐다는 게 기뻤다.
#4. 애프터

정리까지 마친 대망의 애프터!!
여기저기 있던 책들과 내 소품들을 모아서 내 취향의 방을 완성했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특히 책장에 책은 5%도 안되는게 부끄럽긴 하지만
지금껏 차근차근 인테리어 해온 과정처럼
앞으로 살아있는 식물과 내가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소품을 차근차근 모아가려고 한다.

이건 챗지피티가 만들어준 식물학자의 방 컨셉 ㅎㅎ
(학자라면서 책 아직도 없는거 실화냐)
이렇게 메이크오버 과정을 정리해보았다.
처음엔 폰만 붙잡고 있는 기분이라
괜히 우울하고 내가 예쁜 방을 가질 수 있을 지 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하는 중이다!
인테리어 한번에 할필요 없이 월급 들어오면 조금씩 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특히 방 꾸미기 컨셉 잡히고 나서는 여기저기서 어울릴만한 소품 사는 재미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나의 꿀팁
첫번째! 세컨핸드 상점에서 보석을 찾을 수도 있으니 자주 들르기!
두번째! 브레인스토밍이 중요하다!! 최대한 오래 고민하기
세번째! 비싸고 좋은 가구를 다 한번에 사지 않아도 충분히 좋아하는 방을 가질 수 있다. ㅎㅎ
아직은 사람냄새가 덜나는 방이지만 하나하나 꾸며가보려고 한다ㅎㅎ 인테리어 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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