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찌저찌 하다보니 세무사 사무실에 취직을 하게 된 지도 딱 한달이 됐다.
점심시간 짬이 나서 세무사 사무실 인턴의 일상에 대해 아주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1. 회사
일단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출근 및 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Gleitzeit이다!
난 보통 7시반에서 8시에 출근해서 무려 해가 떠 있는 4시 혹은 4시반에 퇴근을 한다.
한국에서 하던 9 to 6보다 훨씬 하루가 길게 느껴져서 좋고,
일찍 집가고 싶은 날이 있으면 (예를 들어 휴가 전날)
그냥 평소에 30분씩 더 일해서 Zeitausgleich (시간 적립?)를 모아둘 수도 있다.
Gleitzeit은 참고로 초과근로 수당을 현실적으로 거의 받을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시간을 자유자재로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복지인 것 같다.
2. 업무
회계 수업 1,2만 마치고 바로 취직이 된거라서 회계도 월급계산도 아무것도 모르기 땜에
주로 간단한 단식부기 회사들의 전표를 치는 작업을 하고 있고
그마저도 세금신고를 직접 하는 고객들을 주로 맡아서 하고 있다.
초반이라 아직 일이 많지 않아서 같은 은행전표라도 더 깊게 들여다보고 한 회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되어서 너무 재미있다. RZL이라는 프로그램을 쓰는데 이런 거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지만 주변에서 가르쳐주고 계속 물어보고 하다보니 이것도 금방 익숙해졌다.
3. 점심메뉴
점심밥은 나가서 직접 사먹어야 하는데 요즘은 근처 마트에 가서 10유로 짜리 초밥도시락을 먹는 호사를 자주 누린다.
점심으로 빵은 절대 안먹히기 때문에 그나마 한식 비스무리하면서 많이 비싸지 않은 걸 찾고 있는데
사실은 그냥 집에서 참치비빔밥 싸오는게 제일 싸고 맛있다... 냄새 날까봐 김치를 싸오지는 못하지만..
첫 주에는 카페에 가서 Mittagsmenue를 먹기도 했는데 수프에 본식에 이동시간까지 다 하면 한시간 걸리는데 비싸기도 하고 점심때 여유부릴 바엔 집 일찍 가는게 훨씬 나아서 더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ㅎㅎ 다른 오스트리아 및 유럽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은 다들 점심 어떻게 먹는지 궁금하다.
4. 동료들:
동료들도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우리끼리 있을 땐 사장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자유롭게 ㅎㅎ 나누기도 하고 Strafkuchen (일하다가 실수한 사람은 케이크 구워와야 한다)도 나눠먹으면서 벌써 약간의 동료애가 생긴 듯 하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료는 다름아닌 사장님이 키우는 덩치 큰 라브라도인데, 사냥개 치고 애교도 많고 말도 안들어서 너무 귀엽다. 진짜 얘가 사장님이랑 매주 사냥을 나간다는 게 아직 난 믿기지 않는다. 근데 어렸을 땐 더 말 안들었다고 하는 걸 보면 꽤나 얌전해진걸로 보인다.
4. 그외:
일을 시작하면서 월급계산 수업 (Lohnverrechnung)도 같이 듣고 있는데 주 2회 3시간짜리라서 귀가가 늦어지는게 쬐금 힘들다. 출근 첫 주에는 규칙적 생활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잠도 잘 못잤는데 일하고 수업듣고 하느라 몸살도 걸렸었다. 요즘은 익숙해져서 그나마 괜찮기도 하고, 선생님 포함 같이 수업 듣는 모두가 퇴근하고 오는 거라서 동병상련이기도 하고 나름 견딜만 하다. 그리고 월급 관련해서 오스트리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을만한 (aka 월급 더 받는 법ㅋㅋ) 주제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서 나중에 이에 대해 글을 꾸준히 올려볼까 생각중이다. 유럽이라 그런지 복지가 미쳤다. 나도 노동법, 특히 외국인 관련 법규를 잘 몰라서 두번 잘리고 잡인터뷰 다닐 때 연봉협상 관련해서 어려운 점이 많았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에서 일하고 있는, 혹은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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