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학원 졸업 후 잠시 커리어적 방황을 했었다.
멋진 일을 하고싶은데 말도 못하는 외국인을 찾는 곳은 별로 없었다.

졸업논문을 쓰면서 집 근처에서 알바라도 하자는 마음에 마트에서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는데 그게 나의 암흑기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무전기로 삐리릭 쏴대는 독일어는 못 알아먹지, 그렇다고 하루종일 뛰어다닐 체력도 안되지
난 그곳에서 폐급 그 자체였다.
특히 마트중에서도 직원 갈아넣기가 심한 알디 호퍼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뭘 그렇게 못했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어렵기만 하던 멀티태스킹도 점점 익숙해져가고마감, 청결유지, 직원 화장실 청소, 그냥 하라는거 땀 뻘뻘 흘리며 다 했는데
난 항상 조금씩 느렸고 잔소리는 늘어만 갔다.

출근길 걸어서 15분이 어떻게 그렇게 길고 피말리는 시간이었는지. 집에서 자다가도 상사의 목소리가 들려서 벌떡 일어나곤 했다.

그리고 어느날, 난 잘렸다.
내일부터 안 나와도 된단다.
내 생애 첫 해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울면 지는 것 같아서 꾸욱 참았다.

사인하라는 해고통지서 종이에 얼른 사인해줘버리고 뛰쳐나왔다.
다른동료들은 다 눈치만 보는데 갓 성인 된 한참 어린 동료가 위로해주러 따라나왔다.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눈물 참느라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저 애써 웃어보였다.

변호사인 남자친구에게 울면서 오늘 나 잘렸다고 했더니 바로 회사측에 연락해, 이 해고는 불법이니 법적 입장표명을 요구했고 고소를 진행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놀란 회사도 이런저런 서류를 보냈다. 그리곤 하는 말, “우리 해고는 그 직원이 일을 못한 것 때문이었으니 정당했고 철회할 마음 없다.”

변호사인 남자친구는 이제 고소할 요건이 충족됐다며 좋아했지만, 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마치 이 고소를 진행하면 나의 치부가 온 세상에 드러날것 같았다. 그 안에서 내 뒷담을 까던 동료들을 애써 무시했었는데 이제 법정에 그 상사가 나와서 내가 어떤 실수들을 했는지, 얼마나 초라한 인간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다 말해버릴까 두려웠다.

그래서 포기했다.

고소 가능 기한은 지났고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할 깊은 상처와 흉진 마음만 남았다.  

이제와서 난 안다.
절도같이 중범죄가 아닌이상 직원 잘못으로 몰아가 당일해고하는 것은 명백히 금지돼있다는 것,
해고 사유보다 해고 후 노동자가 처할 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당일 해고는 그들도 생각없이 급하게 벌인 실수였을 것이라는 것.

노무법을 배우다보면 그때 그 상처가 후벼파이는 것 같다.
말 배우기도 벅찬 이 타국에서 법 때문에 이리저리 치였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괴롭다.

그게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내가 피해자였던 거구나,
이런 깨달음. 모르는게 나았을까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억울하지만 그래서 더 법에 파고든다.

오늘에서야 이런 생각을 한다.
그 과거의 나를 돕고싶다.
그때의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고싶다.
내가 막 이타적인 사람이 아닌데
그냥 그때 내게 필요했던 그 도움을 남에게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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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부족한 점이 많고 한낱 세무사 준비생일 뿐이지만 물심양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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